하루 한 점의 조선화+논어 한 문장을 통해
누구나 자신만의 땅을 단단히 딛고 설 수 있다
세상의 기준에 좌절하고 있다면
당신은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점점 계층 이동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태어나길 흙수저로 태어나면 이후의 삶이 고단해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무렴 신분제가 공고했던 과거 국가만 할까? 부모를 일찍 여의고 궁핍한 생활을 하던 공자는 당시 귀족의 전유물이던 ‘학문’을 자신의 무기로 삼았다.
남이 보기엔 터무니없는 일을 자신의 계발 도구로 삼아 정진하면서 깨달은 바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정치를 하려고 나섰다. 비록 정치에는 실패했지만 삼천 명의 제자를 두었고 2,500년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니 누구보다 훌륭한 자기계발 현자라 할 수 있다.
10년이 넘도록 궁궐길라잡이로 경복궁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많은 사람에게 전달한 저자는 삶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논어》를 만났다. 할리데이비슨과 두카티에서 가장 많은 모터사이클을 판매했고, 영업 총괄을 지냈지만 모든 것이 숫자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건강에 이상을 느꼈다. 그때 세상의 기준에 맞춘 삶이 아닌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 자신이 갈 길을 공자에게서 찾았다.
작가가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게 영향을 주었던 64개의 문장과 성리학을 뼈대로 삼았던 조선화 64점을 엮어 논어를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머리말
1부 내가 원하면 바로 닿는 것이 인이다 -소재로 보는 그림
1장. 공자 -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
2장. 사람 - 어떻게 살 것인가?
3장. 산수 – 자신을 넘어서야 경지가 보인다
4장. 식물 - 생각에 간사함이 없어야 한다
5장. 동물 - 최선을 다해 보아야 한계를 안다
6장. 풍속 –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7장. 사군자 - 군자는 의로움에 밝고 소인은 이로움에 밝다
8장. 기록 – 다투지 않는다
9장. 기타 – 리더가 바르지 않으면 따르지 않는다
2부 인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 화가로 보는 그림
10장. 강세황 – 예술의 무게와 평론의 깊이를 섭렵하다
11장. 김득신 – 평생을 정진한 독보적인 궁중화가
12장. 김정희 – 천 개의 붓이 닳도록 쓰고 그린다
13장. 김홍도 – 누구나 인정하는 조선 최고의 화가
14장. 윤두서 – 박학다식했던 시대의 개척자
15장. 신윤복 – 독자적인 소재를 대범하게 활용하다
16장. 심사정 – 50년간 하루도 붓을 놓지 않은 끈기
17장. 이인상 – 강직한 인품이 표현의 격조를 높이다
18장. 정선 – 부단한 노력으로 76세에 대표작을 완성하다
19장. 조영석 – 치밀한 세심함으로 인물화의 대가가 되다
20장. 최북 –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 작품을 팔지 않는다
안중근의 ‘기개’도 윤동주의 ‘부끄러움’도
공자의 《논어》에서 왔다
흔히 말하는 고리타분함의 대명사가 ‘공자왈, 맹자왈’이다. 유세를 떠났던 공자조차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주장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논어》에서 어떤 문장을 마음에 새기는지에 따라 현실에서의 실천이 달라진다.
‘이로움을 보거든 의로운지 생각하라’라는 의미의 ‘견리사의’는 안중근 의사가 글씨로 쓰고 단지한 손가락으로 낙관을 남겨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구절이다. 비록 2,500년 전의 공자가 말했으나 일신의 안위보다 민족과 대의를 생각하고 선택한 안중근 의사로 인해 현실이 되었다.
공자의 영향을 받았던 맹자는 삼락 중 두 번째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사람들을 굽어보아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윤동주의 <서시>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한다. 같은 일제강점기를 살았고, 한 사람은 ‘견리사의’를 다른 한 사람은 ‘부끄러움’을 삶의 문장으로 삼아 현실을 이기고 불의에 항거했다. ‘삼락’은 《논어》에 실린 문장은 아니나 작가는 결국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라고 담담하게 말한 윤동주의 다짐과 공자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닮아있다고 했다. 《논어》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옳은 문장을 두고도 아무도 실천하려는 이가 없어서 공자의 말이 세상에 무력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러니 누구라도 자신에게 와닿는 논어의 문장을 골라 자기 삶의 지지대로 삼으면 인생이 훨씬 든든할 것이다.
하루 한 문장으로 정리한 공자의 가르침과
하루 한 점으로 표현한 조선의 그림으로
《논어》를 쉽게 시작해보자
《논어》 원문을 보려면 등장인물의 이름도, 자도, 호도 알아야 하고 이해되지 않는 문장의 시대적 배경도 찾아봐야 한다. 공부한다 하더라도 어떤 해석이 적절한지도 골라야 한다. 그래서 고전의 힘을 빌리고 싶은 독자들도 쉽게 시작하지 못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것이 《논어》읽기다.
양승렬 작가는 《조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하루 논어》를 ‘가장 쉬운 논어’로 만들고자 했다. 《논어》와 관계된 그림의 소재나 생각해볼 만한 화가의 작품을 골라 공자의 말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돕는다. 또한 논어 구절에 대해 풍부한 배경 지식, 작가의 경험을 엮어 독자가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기 쉽게 만들었다.
현재 세상의 기준 때문에 좌절하고 있다면 누구보다 세상의 기준을 깨고 자신만의 길을 걸었으며 그 길을 제자들에게 독려했던 공자의 지혜를 쉽게 따라가보자.
책 속으로
공자는 배움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았습니다. 배움은 그를 밑바닥 생활에서 건져 올려 주었습니다. 당시에 교육은 귀족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는 신분이 낮아서 귀족처럼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공자는 환경으로 채울 수 없는 기회를 꾸준한 열망으로 메웠습니다 -22쪽
어느 날 자장(子張)이라는 제자가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묻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앞선 사람의 자취를 밟지 않으면 경지에 오르지 못한다.”(不踐迹 亦不入於室 불천적 역불입어실 - 선진편) 사람은 혼자서 경지에 오를 수 없습니다. 만약 오른다 해도 매우 비효율적이며, 높은 수준에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수영을 본 적 없는 사람이 물에서 자유자재로 놀 수 있으려면 얼마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요? 수영을 배우려면 최소한 잘하는 사람의 동작을 보고 따라 하거나 책과 같은 자료라도 봐야 합니다. 그러나 눈으로만 보아서 원리를 이해하려면 진도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이든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습득하려면 전문가에게 배워야 합니다. 그 전문가들이 바로 앞선 사람들입니다. -42쪽
삼차원적인 해석은 조금 더 깊이 들어갑니다. 물이 멈추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은 해와 달이 뜨고 지고, 계절이 순환하는 것과 같은 자연의 법칙입니다. 자연은 겉으로 보기에는 멈추어 있는 것 같지만 언제나 움직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도 높은 경지에 오르면 순수한 내면의 상태가 끊이지 않고 지속된다는 의미입니다. 내면의 흔들림이 없는 성인의 경지를 물의 흐름에 비유했다고 보는 관점입니다.-68쪽
속담에 ‘참을 인(忍)이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흔히 쓰는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라는 말도 비슷한 뜻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참는 것에 대한 다양한 격언이 존재합니다. 집단 생활을 하는 인류에게 인내심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먹고 싶은 대로 다 먹고, 자고 싶은 대로 다 자고, 싫어하는 사람을 마음대로 때리고, 좋아하는 사람을 마음대로 끌어안으면 제대로 살 수도 없고 사회 질서도 무너집니다. -128쪽
공자가 살던 시대에 귀족으로 태어나면 전투 교육이 필수였습니다. 춘추전국시대 초기만 하더라도 전쟁은 귀족들의 싸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미리 약속된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 전차(전투용 수레)를 타고 활을 쏘며 싸웠습니다. 제후들은 활을 잘 쏘는 군인으로서의 귀족이 필요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귀족들은 전쟁에 참여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거나 증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1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