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舌 : 웹 디자인의 오늘, 너와 내가 닥친 현실
두번째 舌 : 닷컴 기업의 몰락, 디자이너의 책임이다
세번째 舌: 왜 디자이너는 생각이 없는가?
지난 주까지 우리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디자이너의 위상이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회사나 시대 상황 속에서 디자이너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자신들의 위치를 만들어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했지만 이제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한다.
왜 디자이너는 생각이 없는가?
2~3년 전만 해도 일부 잘 알지 못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었다. 디자이너들에게 생각을 요구하기보다는 주어진 일이나 잘해라는 식의 의식에서 나온 소견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일면 일리가 있는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특히나 웹을 전문으로 다루는 디자이너들이 생기면서 이런 말들이 종종 들려오곤 한다. 어쩌면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한 책의 제목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찌 되었든 현재 웹 디자이너들은 실제 알고 생각하는 것보다 그런 소리를 많이 듣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물론 다른 디자이너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것은 디자이너가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인정 받기보다는 기술적인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어있다는 단적인 예라고도 볼 수 있다.
디자인은 창의적인 일이다. 계획을 세우고 타겟을 설정하고 타겟을 분석하고 흐름을 예측하여 시각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생산해 나가는 작업이다. 그러나 현재 디자이너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 단순히 고집 세고 자신들만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아집에 사로잡혀 있다고 치부되고 있다. 이것은 경영자 대부분이나 혹은 디자이너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 클라이언트들의 생각이라고 보여진다.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면이 없진 않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 조차도 고집이 세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는 편이고 맞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어떻게 든 설득을 해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서 다른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어떻게 든 설득을 해야 한다는 것은 비단 디자인 뿐만이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마찬가지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 분야에서 전문가이면 그것이 옳다고 소신을 가지고 말하고 설득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것도 나의 아집인가?^^;). 문제는 설득하는 방법인 것이다.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설득하고 이해하도록 만들어 자신의 의견을 반영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이고 또한 목적이다. 하물며 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시점에서 디자이너들이 그런 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전적으로 디자이너의 책임일 수 있다.
물론 불가항력적인 사안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조직이고 체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기 생각을 접어야 하는 시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자기의 생각을 접을 줄 아는 것 또한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이 생각이 없다는 소릴 듣는 다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물론 본인도 디자이너이다. 본인 또한 디자이너로서 그런 소리를 들을 때도 있다. 그럴 때 디자이너에게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의사 전달 방법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디자이너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 그림만 잘 그린다고, 툴만 잘 다룬다고 디자이너가 아니다(물론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 실력을 전달할만한 능력 즉 이론적인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심각한 부재를 들 수 있다. 물론 이런 것이 각각인 것이 아니라 함께 서로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
- 커뮤니케이션 능력 배양 : 같이 일하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 자신의 의견이나 작업 의도를 충분히 이해시켜 자신의 창작 의도를 알리는 것이다. 이것 또한 매우 즐거운 일이다. 내가 만든 곳에 사람들이 와주고 사용해 준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클라이언트 대부분과 오너들은 전문가인 디자이너보다 자신들이 더 많이 알고 더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럴수록 실패할 확률도 많아 지지만...
- 설득하기 위한 이론적인 기반 : 정확한 데이터에 의한 논리적인 설득과 프리젠테이션이야 말로 확실한 선택의 밑거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론적인 기반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타겟 접점에서 만나야 하므로 인지론이나 감성심리학, 색채론 등등 많은 전문가적인 이론을 기반으로 설득을 해나가야 한다.
- 마케팅 방안에서의 디자인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 디자인은 어쨌든 팔기 위한 것 또는 팔기위해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케팅을 할 것이고 누구에게 팔 것이고 어떤 전략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또한, 그런 전략적인 방법들에 당당하게 조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왜 디자이너는 생각이 없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게 아닐까? 정규적인 디자인을 배운 사람들이라면 기본적으로 기획이나 계획 프로세스 등에 대한 인지 그리고 이론에 대해서는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디자이너들이 게으른 것이다. 게으르기 때문에 그런 것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 괜히 일 만들지 말고 그냥 그냥 하자..
그러나 이런 생각들이 어느새 자신들의 위치를 좁아지게 만들어 버린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고 살아가며 또한 정렬적으로 맞서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