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톰 리건, 역 한종문
얼마 전 나는 조그만 소매상에서 컴퓨터 모뎀을 새로 샀다. 이미 전화를 걸어 신용카드로 결제를 한 상태였다. 영수증을 준비하며 그녀는 내게 사회보장번호를 물었다. 나는 점원에게 왜 사회보장번호가 필요한지 물었지만 그녀는 원래 그렇게 하도록 돼있다는 대답을 할 뿐이었다. 나는 정중하게 사회보장번호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조금 당황하는 듯 싶더니 상급자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러 총총히 사라졌다. 그녀가 다시 돌아왔을 때 "사회보장번호는 없어도 되겠네요"라고 말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점원이 불법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그저 사회보장번호를 물었을 뿐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녀나 혹은 그녀가 근무하는 회사에 사회보장번호를 알려주었다면 회사는 컴퓨터 모뎀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나의 정보를 알아내서 나의 신용 이력이나 구매 습관을 알아내려 혈안이 되어 있는 다른 사업체에 팔아먹었을 것이다.
심슨 가핀켈은 "데이터베이스 제국: 21세기 사생활의 종말"에서 그저 "정책"일 뿐이라고 알고 있는 것, 즉 1990년대 초반부터 횡행하기 시작한 감시 기술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다. 우리의 사생활은 정부기관, 문 뒤에 숨어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괴짜들에게 유린당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본주의, 자유 시장, 기술의 진보, 전자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 등으로 인해 이제는 누구도 사생활 침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제국
심슨 가핀켈 저, 오리일리
사진: 알프레도 소사(ALFREDO SOSA)
"데이터베이스 제국"의 편집자는 이 책을 1960년대 환경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던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에 비유했다. 가핀켈의 글이 카슨의 문장만큼 수려하지는 않지만, 그런 식의 비유가 그렇게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오늘날 사생활에 관한 논제는 카슨 때에 일었던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보다 훨씬 더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가핀켈은 우리의 사생활이 어떤 방식으로 침해 당하고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으며 우리가 반드시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자유시장을 근간으로 한 자본주의 경제에서 사생활 침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공공연하게 받아들여 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핀켈이 쓴 바에 따르면 이러한 것들은 무시하고 넘어갈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요즘 들어 광고주, 벤처 자본가, 마케터들은 미디어에 광고를 내거나 자금을 환수하거나 회사를 설립하기 전에 고객에 대한 개인 정보를 점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온라인 업체 혹은 메일 전송 업체 심지어는 일반 소매점에서 까지 개인 정보를 알려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전자 사생활 정보 센터(EPIC)의 온라인 사업자에 관한 최근 보고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때로는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개인 정보가 수집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상위 100위 안에 드는 온라인 사업자 중 적절한 사생활 보호 지침을 시행하는 회사는 하나도 없으며 심지어 수십 개에 달하는 업체가 광고인을 고용해 고객이 사이트를 떠난 뒤에도 고객을 추적했다) 데이터베이스 제국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가핀켈이 그저 목소리만 높이는 대신 근거 없는 주장을 배제하고 조목조목 사생활 문제를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그가 제시한 그림은 명확하고 날카롭게 문제의 초점을 파고들어서 한 밤중에 잠을 설치게 하는 화재 경보보다 더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많은 논자들이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는 것에 반해 가핀켈은 수많은 사생활 침해 사례를 들며 사리에 맞는 대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가핀켈은 테러에 맞서 시민을 보호하는 일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테러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시민들의 사생활을 볼모로 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지적하면서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테러 혐의자나 이단 적인 종교 집단을 색출해내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쓴 글에 따르자면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심한 계획과 사고이다. 대부분의 정부와 사생활 단체들은 바로 이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핀켈의 주장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장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보편적인 시민들에게 있어서 공공연한 적은 "1984년"에 나오는 "빅 브라더"와 같은 존재가 아니라 바로 정부라는 것이다.
가핀켈의 책을 정말 적절한 시기에 출간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사생활과 보안에 관련된 이슈가 지난 2년간의 Y2K히스테리를 잠재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제국"은 우리의 문명 속에서 우리가 누려야 할 사생활의 영역을 찾는 길을 제시해 줄 것이며 궁극적으로 사생활을 위협하는 모든 적들을 무장 해제 시킬 것이다.
톰 리건은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의 웹진을 담당하고 있는 편집자이다. 연락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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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베이스 제국(Database Nation: The Death of Privacy in the 21st Cent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