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셸리 파워스
호주는 넷 검열을 입법화하기 전에 이미 뉴스에 휘말렸지만 이처럼 넷에 대해 보수적인 정책을 취하는 데 대해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州) 의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11월에 소개된 법안에 따르면 어린이가 "보기에 좋지 않은 자료"로 간주되는 컨텐츠를 게재하면 위법한 것이 된다. 도대체 "보기에 좋지 않는 자료"란 무엇이란 말인가? 경찰이라면 영화 산업에서 R(준성인용: 17세 미만은 부모 동반), NC-17(17세 이하 입장 불가), 혹은 X(성인영화) 등급을 받은 영화로 받아들일 것이다. 표면상으로 보자면 이 법안은 어린이 포르노그라피나 불법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너무 일반적이어서 유산, 자살, 약물 복용, 성생활처럼 "성인용"으로 규정되고, 이에 따라 R 등급을 받는 민감한 문제를 다룰 수도 있다.
더욱 우려되는 사항은 접근이 제한되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접근할 수 있는 컨텐츠가 있다면, 이러한 컨텐츠를 등록하는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이다. 컨텐츠 제공자는 컨텐츠를 인터넷에 올리고 난 후에야 내용물이 금지사항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도 말이다. 법안에서 금지한 컨텐츠로 판명 나면, 컨텐츠 제공자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미리 경고를 해준다거나 재심을 청구할 기회도 없다. 게다가 벌금도 높아서 한 번 법을 어기면 호주 달러로 만 달러나 물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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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에 대해 일렉트로닉 프론티어 오스트레일리아(Electronic Frontiers Australia)에서는 오프라인에서는 합법적인 것이 온라인에선 불법으로 변한다는 점을 경고한 바 있다.
법안이 웹 기반 비즈니스에 끼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 법안의 검열 수준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에 호주에 본사가 있는 기업의 웹사이트에 컨텐츠를 게재하려 한다면 가장 보수적인 기업조차도 문을 닫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이 P2P 응용과 서비스 분야에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법안은 웹에서 작성한 컨텐츠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배포되는 컨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한번 상상해 보자. 당신은 냅스터와 같은 파일 공유 P2P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가사의 내용이 "좋지 않은" 노래를 요구했다고 치자. 앨라니스 모리셋의 "Jagged Little Pill"과 같은 앨범이나 건즈앤로지즈, 혹은 에미넴의 노래 같은 것 말이다. "좋지 않은" 노래를 다운로드하고 나면, 이 노래는 당신 혼자만 사용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하지만 다운로드 과정에서 당신 또한 다른 클라이언트가 인터넷을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컨텐츠를 "등록"한 것이 된다. 왜냐하면 P2P는 네트워크 안에 있는 어떤 노드라도 클라이언트인 동시에 서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결국 당신은 법을 어긴 것이 된다.
만약 당신이 프리넷(Freenet)이나 그누텔라(Gnutella)와 같은 분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 이 법안으로 인해 훨씬 더 위험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분산 네트워크에서는 노드 A에서 노드 B로 파일을 요구하고 다시 노드 B가 노드 C에 이 파일을 요구하면, 파일은 우선 노드 B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드 A로 돌아올 것이다. 여기에서는 C 뿐 아니라, A와 B도 법률을 위반한 것이 된다. A는 원래 파일을 요청한 사람이기 때문이며, B는 P2P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뿐이지만, 이는 전체 네트워크에 파일을 유포시킨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프리넷은 특성상 파일을 공급하고 요청하는 노드의 신분을 숨기기 때문에 누가 자료를 요청했는지, 혹은 누가 자료의 원 소유자인지 확인할 수 없다. 그래서 자료가 이 검열 안에 걸린다고 해도, 자료를 인터넷에 "게재"한 데 대한 법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프리넷 네트워크 안에서 익명성에 대한 기술적·법적인 내용과는 상관없이, 파일을 원래 소유한 노드가 아니라 파일을 전달해 준 중간 노드가 법을 어긴 것으로 결론 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검열 안을 프리넷이나 그누텔라 네트워크에 적용하는 것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법 체계로서는 악몽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검열 안을 굳이 시행한다면, 오히려 법으로 금하고자 했던 "보기에 좋지 않은" 파일의 인기를 더욱 높이는 결과로 끝나고 말 것이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에서 프리넷을 사용하는 사람 대부분을 범법자로 만들면서 말이다. 결국 이 문제는 저작권을 넘어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Register UK에 따르면,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국회의원들은 "미쳐" 가는 것이 분명하다. 이 법안의 후원자들은 재검토를 한다 해도 당연히 통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