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는 어떻게 구하나?
저술과 편집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O"Reilly의 북 디자이너들은 Lorrie에게 일반적으로 그들이 책의 표지로 사용하기를 원하는 어느 정도 고정된 동물 이미지를 이야기한다. 물론 이런 내용도 참고가 되겠지만, Lorrie는 표지에 사용될 동물 이미지에 대한 자신의 아이디어도 제시해왔다. "Managing IMAP(2000년 9월 출시 예정)"의 표지로 디자이너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Lorrie는 이 책의 표지를 위해 아프리카 들개 이미지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녀는 아프리카 들개의 얼룩덜룩한 가죽이 지도와 주는 느낌이 비슷하다는 것에 착안했다. "Zero Administration for Windows"의 표지에 푸른색의 발을 가진 가마우지를 사용할 것을 추천한 것도 Lorrie였다.
출발은 스케치부터...
Lorrie는 작업 이미지의 예비 스케치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자료들을 조사하여 참고한다. 주로 동물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전시장, 예를 들어, 하버드 대학에 위치한 Peabody 박물관과 자연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을 방문한다. 또한 Lorrie는 초기에 만들어진 O"Reilly 도서들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도버풍 조각상의 올바른 재창조를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참고 자료들을 통해 그녀는 동물들을 좀더 매력적인 포즈로, 좀더 사실적으로, 세밀하게 묘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 디자이너들은 Lorrie에게 표지의 여백을 채우기 위해 뚱뚱한 들개를 그려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자료 조사 과정에서 그녀는 들개의 뒷다리와 엉덩이만 보이게 서있는 마르고 긴 들개의 삽화만 만날 수 있었다. 결국 잡지 표지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는 자세의 들개의 모습을 찾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북 디자이너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스케치 초안을 만들 수 있었다. 그녀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또 하나의 작품으로는 O"Reilly Network의 새 서비스인 "Wire 사이트"를 위해 만든 미어캣(meerkat; 몽구스류의 작은 육식 동물)의 합성 그림이다.
Lorrie는 먼저 펜과 잉크를 사용하여 동물 이미지를 다양한 포즈로 대충 스케치한다. 여기서 나온 스케치들 중 북 디자이너와 의논을 거쳐 최종안이 선정되면, 그것을 다시 여러 번의 스케치를 통해 가다듬는다. 여기서 마지막 작업에 사용될 모델안이 선정되면 세심하게 그림을 마무리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스케치는 O"Reilly의 도서 목록 카탈로그나 웹 사이트에 있는 베타 챕터 코너에 등장하게 된다. 실제 책 표지에 사용될 이미지가 아닌 중간 단계의 스케치를 카탈로그나 베타 챕터 코너에 등록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내부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실제 책의 표지가 만들어질 때는 카탈로그나 웹 사이트에 등록된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것이 일반적이다.
스케치가 최종 선택되면 Lorrie는 이미지를 스크래치보드(scratchboard; 흰색의 점토를 두텁게 바르고 잉크막을 씌워, 철필 등으로 긁어 밑의 흰 바탕이 나타나도록 하는 두터운 판자)라고 불리는 매개물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다음, 동물의 실루엣을 만들기 위해 보드에 잉크를 바른다. 그리고 동물 이미지를 좀더 자세히 표현하기 위해 스크래치 칼로 불리는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하여 잉크가 덮힌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조심스럽게 긁어낸다. 스크래치보드를 이용하면 마치 도버풍의 조각상같은 모습으로 동물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크래치보드는 그녀의 스케치 작업과는 반대의 작업을 하는데 필요한 것이다. "나는 문자 그대로 거꾸로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녀는 설명한다. "그림자를 그리는 대신에 나는 스크래치보드의 밝은 부분을 긁어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지요. 밝은 부분을 자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내가 하는 작업이지요".
그녀는 대체로 동물의 눈을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원하는 이미지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눈 부분이다. "Java Foundation Classes"의 표지에 있는 표범을 만들 때도 그녀는 특히 표범의 강렬한 시선을 만들기 위해 힘들고 긴 작업을 했다.
그녀는 초기 스크래칭 작업을 통해 기본적인 선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나서 이미지를 세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명암을 지정한다. 만약 이 작업 중에 실수를 한다면 다시 잉크를 입힌 다음, 긁어내어 수정해야 하지만 그녀는 좀처럼 큰 실수는 하지 않는다. 스크래치보드의 표면은 한두번 정도는 교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자그마한 실수는 거의 없다. 이 과정을 Lorrie는 사진 이미지를 현상하는 것에 비유한다.
마지막으로 여분의 잉크와 먼지 등을 지우개로 깨끗하게 지운 다음, 디지털 스캔을 하여 고화질의 이미지를 만든다. Lorrie는 그녀가 만든 작품이 어느 정도는 오래된 도버 조각상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의 작업 테크닉은 각기 다른 프로젝트별 요구와 수많은 노력과 실수를 통하여 발전해 왔다.
동물들을 표현하려면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특성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 그녀는 O"Reilly의 소매 서점에서 시행하는 판촉 행사를 위해 용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녀도 아직 신화속의 생물은 한번도 그려보지 못했다. 그녀는 용과 관련된 이미지 샘플을 그리는 데 도움을 받고자 실크스크린이나 기모노, 칠기 등이 소개된 아시아 관련 아트북을 자세히 검토했다.
O"Reilly의 자바 컨퍼런스에 사용된 걸어 다니는 호랑이를 만들 때 그녀는 호랑이 가죽만의 특이한 표면과 패턴 모두를 살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줄무니 패턴의 그래픽적인 표현
외에도 모피의 근원적인 느낌을 보여주어야만 했었다. 모피나 깃털의 느낌이나 패턴을 묘사하는 것은 Lorrie에게 남아있는 커다란 도전거리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동물학에 대한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표지의 동물들에 대한 관심은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책을 집필하는 저자나 독자들도 상당히 높다. 어떤 저자는 책의 표지에 둥근 바구미를 이용해 줄 것을 간절히 원했다. 그는 둥근 바구미에 대한 한 더미의 정보를 파일로 보내주었으며, 표지에 바구미를 이용해야 하는 완벽한 이유들을 지적해 주었다. 바구미가 표지에 등장한 책은 "Oracle Web Applications"이다. 자들의 표지에 대한 관심도도 상당한 수준에 있다.
예전에 실수로 원숭이로 침팬지로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침팬지는 결코 꼬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독자들의 엽서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독자들 중의 어떤 분은 "Webmaster in a Nutshell"의 표지에 거미를 사용한 것에 대해 불평을 한 경우도 있었다. 표지의 거미가 그의 아내를 질겁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아내가 거미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표지는 물론 각 챕터의 첫 장을 모두 하얀색 테이프로 봉해야 했다.
어떤 독자들은 웹 사이트의 어떤 페이지에 뱀이 사용된 것을 보고, 결코 그 페이지는 방문하지 않겠다는 협박성(?) 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그 페이지는 웹에서 어떻게 도서를 주문하는가를 안내하는 페이지였기에 결국 군말없이 다른 그림으로 교체를 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O"Reilly 도서들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이 탄생하려면 최소한 8시간부터 20시간에 이르는 기나긴 수작업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도 하이테크 컴퓨터 도서에 손으로 그린 동물 이미지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이 탄생하기까지의 어려움만큼 이나 지금 여러분들의 책장 속에서 그만한 가치를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들은 표지에 사용할 동물들을 만들면서 우리 주변 환경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세기가 바뀌면서 안경 원숭이, 표범, 뱀 등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동물들의 수도 상당히 많아 졌다.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동물들이 표지를 하나씩 장식해 줄 때마다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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