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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출판네트워크

디지털라이프

북 리뷰 - 지난해 연말, 특별 할인으로 산 5권의 책들과 함께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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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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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BIT

11,658

지난해 한빛 리포터로서 IAS라는 필명으로 "자바 헤드라인"을 비롯한 다수(?)의 글을 올려 받은 eCoin이 무려 150,000원이나 쌓여져 "이걸로 무얼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연말에 초특가 할인 이벤트가 있어서 평소 사고 싶었던 책 5권을 주문했습니다. 한가로운 2002년 첫 일요일에 집으로 도착한(아! 배송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제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저는 일본에 있어서 책을 받아볼 때까지 시간이 걸린 것이지요. 물론 한빛에서 일본까지 보내 준 것은 아닙니다. 한빛은 서울의 집으로 보내줬구요, 아버지가 도쿄로 전달해주셨지요.) 책들을 약 2시간동안 속독(이라고는 하지만 제멋대로 빨리 읽는 식 ^^)으로 본 감상을 한빛 네트워크 애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눠보렵니다. 고맙게도 제가 집필하고 있는 『IT 백두대간 자바 2 - JSDK 1.4』(한빛미디어, 2002년 3월 출간예정)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J2SE 1.4가 아직 베타4도 내놓지 않고 있어 약간(?) 한숨을 돌리고 있지만, 아마 한가하게 이런 도서 감상문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담당 편집자가 절 가만 두지 않을 겁니다. 아무튼 남들의 주말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저는 일요일인 오늘도 우체부 아저씨가 깨워줘야 할 정도로 늦잠을 잤습니다. 더 놀랐던 것은, 책들을 받아놓고 나서 다시 자려고 방으로 들어가니 갑자기 가스 스토브가 꺼져있더군요. 괜히 그런 거려니 해서 다시 점화 버튼을 눌러도 피식 하며 꺼져버려서 스토브가 고장났나 했더니만, 제 주식(특히 점심)을 챙겨주는 가스레인지마저 묵묵부답. 결국 원인은 "지나친 사용으로 인한 가스 공급 자동 차단"이더군요. 아니, 가스가 무슨 전기도 아니고, 얼마나 황당했는지... 걱정해주는 일본 가스공사의 배려가 온몸에 전율을 안겨주더군요. (어 추어... 덜덜덜...)
바이오인포매틱스
늘 아버지는 책을 보내주실 때마다 "격려의 한마디"가 담긴 편지를 잊지 않으십니다. 이번에는 그 편지가 『바이오인포매틱스』에 들어있어서 그 책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말로 "생명정보학"이라고 하는 이 신종 학문에 대한 오라일리의 선구적인 입문서를 번역한 책으로, 모 게시판에서 본 한 가혹한 비평에 "도대체 어떻게 쓰고 옮겼길래..." 하며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아닌게 아니라 좀 황당한 면이 있더군요.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리눅스에 대한 안내였는데, 미국 연구실 재정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연구용 컴퓨터에 리눅스를 집착하는 이유가 갸우뚱 하더군요. 최근 미항공우주국-나사(NASA)도 상당히 몸을 사리면서 오라클도 안 쓰고, 윈도우도 안 쓰고, MySQL에 리눅스에 어떻게든 무료 솔루션을 쓰려고 애쓰던데요. 한편으로는 MS의 마수(?)를 벗어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왠지 대중화를 피하려는 듯한 인상도 주더군요. 아무튼 오랜만에 보는 리눅스 설치에 조작 방법은 나름대로 유익했습니다. 나중에 리눅스 명령 모를 때 찾아봐도 되겠더라구요(그것도 양이 꽤 방대합니다.) 책의 내용과는 좀 다른 이야기일 지도 모르지만, "생명정보학"하면 대박 나나요? 제가 얼추 보기에는, 생명정보학을 연구하고 생명정보학과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대박을 낼 것 같지는 않던데... 물론 전문가급이 되면 상당히 대접 받겠지만, 왕대박은 역시 사장과 주주 아니겠어요? 학문으로 시도해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일단 "돈"에는 마음을 비우시고(그렇다고 아주 못 번다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로 진출하고 싶으신 분이라도 너무 "돈"만 바라고 뛰어드시면 곤란할 듯 싶습니다. 아무리 응용분야라도, 역시 생명이라는 숭고한 것을 다루는 일이니까요.
퍼펙트 EJB
언젠가 모 출판사의 모 팀장님이 저에게 이런 기획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로그래머로 가는 길?" 그래서 대강 골자를 보니까, 선배 프로그래머(사실상 "고수"라고 불리는 분들)의 경험담을 실자는 안이 있었는데, 추천 고수인 소개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자바의 천재 양회석?" 타인이 인정하는 천재라는 말에 저의 자존심을 긁으면서(?) 도대체 누구인가 했는데, 그 당시 『퍼펙트 JSP』라는 책을 쓰신 분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분 명성을 듣기 전에 그 책을 이미 샀었죠. 시중에 JSP에 관한 책들이 널려있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감각에, 아주 구체적으로 자세히 일러주는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고, 실무에도 꽤 도움을 주었던 고마운 책이었지만, "그 책의 저자였군..." 하며 어떻게 자바를 하면 타인으로부터 천재라는 칭송까지 받나 궁금했었는데, 『퍼펙트 EJB』를 보니 이제 고개가 끄덕여지는군요. "이런 걸 다 어떻게 알고 있을까..." 참으로 입이 안 다물어질 정도였습니다. RMI를 3장씩이나 할애해서 찬반양론이 거셌던 것으로 아는데,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저자의 자바적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멋진 시도였습니다. 더군다나 EJB 시작부터 J2EE 서버를 실험용 J2EE 1.3 표준 구현판과 실무용 웹 로직 5 양쪽으로 맞춰 나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강조하는" 저자의 철학을 엿볼 수 있어 한편으로는 그분의 자세가 존경스러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책, 아니 간단한 글을 쓰면서도 실행 환경을 여러 가지 예로 보여주는 것은 무척 골치아픈 일입니다. 그러한 일을 무려 책이 끝날 때까지 계속 끌고 나갔다는 점에는 정말로 동업자(同業者-같은 일(저술)을 한다는 뜻에서)로서 경탄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저는 그냥 보통의 천재를 발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불굴의 노력으로 RMI와 EJB를 파헤친 진정한 천재를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그토록 열심히 하시는 분이 감사하는 "주님"이 서문의 끝을 장식하는 부분에서는 저도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XML 시작하기
역자 한번 해보고, 이제는 저자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상하게 책을 보면 역자, 저자 서문에 신경이 쏠립니다. 게다가 역서의 경우에는 "얼마나 매끄럽고 정확하게 옮겼나"를 유심히 보게 되는데요, 『퍼펙트 EJB』 다음으로 손을 가져간 책은 『XML 시작하기』라는 XML 입문서였습니다. 저자가 새를 좋아해서 표지를 그리 했는지, 막 껍질을 깨고 나온 병아리가 인상적인 이 책의 역자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딱 한번 만나 이름밖에 물어보지 못했지만 늘 마음속에서 생각했던 분과 이름이 똑같아 놀랐습니다. "장은영..."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유리아가씨처럼 빛나는 아름다움을 지니셨던 분이셨는데, 물론 역자분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겠지만, XML의 세계를 투명하게 비춰주는 듯한 느낌이 책을 읽는 내내 인상 깊었습니다. 하도 요새 자바와 XML이 동반으로 뜨고 있어서 도저히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인지라, 이런 귀동냥 저런 곁눈질로 어찌어찌 XML과 친해지고는 있지만, 갑자기 튀어나는 전문 용어와 생소한 개념에는 역시 체계적인 기초 부족에는 대책이 없음을 통감하게 되더군요. 이제는 좋은 책을 가지게 되었으니 마음속에 그분과 함께 둘 것이 하나 더 생겨 무척 흐믓했습니다.
C 프로그래밍의 이해(개정 3판)
저는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말은 결코 "저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산 책을 다 통달했다면 저는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상상이 안가네요. 우선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하고, 어슬렁어슬렁 책 구경하는 걸 좋아하고, 그러다가 왠지 표지나 제목이 눈에 띄면 펴보고, "어? 상당히 쓸만하네..."하면 사고, 그렇게 사온 책은? 당연히 한번은 읽어보지요. 그런 후에는... 그 뒤는 어떤 책이냐에 따라 다릅니다만, 대체로 다 읽어보기 보다는 필요할 때 찾아보거나 심심할 때 꺼내보는 것이 보통입니다. 어제(토요일)도 신주쿠에 있는 6층짜리 초대형 서점인 "키노쿠니야"에 갔었는데, 그 광활함에 아주 감격하며 약 1만엔(한화 약 10만원) 정도를 카드로 쓱싹했지요. 여기서 살까 했지만, "오라일리의 C책은 어떨까"하는 기대반 걱정반으로 선택한 『C 프로그래밍의 이해』가 다음 소개할 책입니다. 아무리 C가 싫어 자바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이지만, 세상은 저를 자바만 하게는 내버려두지 않는군요. 곧 각종 소프트웨어 공모전이 있는데, C로 해야 하는 것도 있어서 이참에 C와의 사이를 다시 가깝게 하려는 제 쑥스러운 접근의 일환이 바로 이 책의 구입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대 밖으로 책이 무진장 재미있더군요. 특히 번역이 놀라울 정도로 능수능란해서(?) 제이슨(『자바 서블릿 프로그래밍)의 저자)의 원고에 이를 악물었던 저를 원투펀치로 날려주었습니다. 저자의 깊이 있으면서도 도발적인 C에 대한 충고도 한글로 아주 잘 살려져 있고, 가끔 나오는 유머아닌 유머에도 오랜만에 크게 웃어보았습니다. 유행하는 우스개 소리나 각종 "~시리즈"를 비웃는 것은 아니지만, 요새 점점 업계에서 유머 넘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느낌입니다. 조금만 고도의 말장난을 해도 "썰렁하다", "재수없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풍토에서는 진정한 "블랙 유머"가 탄생할 수 없지요. 오히려 쓸 데 없는 소리 한다고 면박주지 않으면 다행이 아닐까... 열심히 일하다 보면 웃지 못할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겪게 되는데, 그런 것을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고, 또 웃으면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하고 살아있는" 유머 마인드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혹시 프로그래밍 언어는 자바만 배우신 분이라면 꼭 C를 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꽤 재미가 쏠쏠합니다).
C# 프로그래밍
새로운 영역의 책을 산다는 것은 일종의 아주 위험하고 꺼려지는 모험과 같은가 봅니다. 저는 어제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사진집이라는 것을 사보았습니다. 어떤 사진집? 제가 우연히 본 TV 드라마에서 경찰의 딸로 나오는 한 탤런트(라고 해봐야 이제 고3이지만), 그리고 나중에 이름을 알게 된 마에다 아이(前田 愛)의 작년 말에 출간된 사진집이죠. TV와는 다르게 살이 오른 모습이 사이트와 사진에서 주로 나오는데, 수험공부에 바빠서인가... 아무튼 이거 사는데 상당히 고민했습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말 안 해도 이해하실 분이 계실지도...). "2천 5백엔(한화 약 2만 5천원)은 비싸지 않나..."(그 돈이면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왜 아무도 안 사는 거지... 묻혀서 사면 덜 쑥스러운데..."(유난히 그날은 사는 사람이 없더군요.) "내가 이런 것까지 사서 이 아이의 사진을 꼭 봐야 하는 걸까..."(참고로 사진집은 안을 볼 수 없도록 비닐로 밀봉되어 있습니다.) "왠지 TV에서 볼 때와는 모습이 다른데..."(아! 엉뚱한 상상하지 마세요. 비키니나 누드 아닙니다. 그야말로 순수한 사!진!집!) "아... 머리 아프다. 무슨 사진집 하나 사는데 이렇게 고민해서야 원..."(처음이니까요... 신중신중~) "그래,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눈 딱 감고 사자!"(맘에 안 들면 스캔하고 나서 친구한테 선물 주면 되지 뭐...)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며 서점 3층을 빙빙 돈 끝에 결국 마에다 아이의 사진집은 제 손에 들려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뭔가를 처음 한다는 것은 이토록 가슴 벅차며 동시에 망설여지는 일이로군요. 막상 내용물에는 애매하게 실망했지만. 역시 처음인 만큼 기대가 컸겠지요? 자바만 했던 사람이 C#을 처음 들여다보려 할 때의 기분도 이와 비슷할까요? 제가 C# 책을 샀다면 어떤 분은 "난 자바만을 사랑해 어쩌고 하더니, 그새 배신 때리고 C#하냐?" 라고 힐난하실 거에요. 하지만, "자바하면 C#도 할 수 있다고 해서요... 그리고 자바만 하다가 일감 떨어지면...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C# 가지고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지요..." 라는 궁색한 변명이 떠오르네요. 좌우간 제가 받은 『C# 프로그래밍』이라는 책은 상당히 두껍고, 내용도 충실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라면, C#은 클래스의 정적 필드의 경우 인스턴스를 통해 접근하지 못한다(자바는 권장사항이지요. 인스턴스로도 접근 가능합니다). 생각해보면 C#은 후발주자로서의 이점이 참 많아 보입니다. 그러나 예약어도 자바보다 훨씬 많고, 메소드도 대문자로 시작하고, 자바에 빠져버린 저로서는 눈이 어질어질 하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결하고 담박한 번역의 톤 덕분에 단숨에 읽어버렸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었습니다. ***** "아니 무슨 서평이 이래? 전문적인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지않아?" 네, 2시간 읽었는데 제가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속속들이 다 낚아챘겠습니까. 여기까지 읽으신 것이 분하고 원통하고 시간 낭비고 짜증난다고 하시는 분... 설마 아무리 화가 나신다고 해도 이 글에 침은 안 뱉으시겠죠? "이아스가 넙죽 엎드려 큰절 올립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주변에서 벌써부터 좋은 소식들이 많이 전해오네요. 힘들었던 작년을 잘 버텨오신 분들에게 이제는 "행복의 시간"이 오려나 봅니다. 언젠가 프로젝트를 함께 뛰던 팀장님 한 분이 저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인간이 평생 사는 시간 중에 행복하다고 느끼는 시간이 몇 %일거 같아?" "글쎄요..." "보통 5%도 안된데." "그렇게 적어요?" "근데 말이지... 그게 다 이유가 있다는군." "왜인데요?" "안 그러면 사람이 약해져서 살 지를 못한데." "아..." "95%의 고생을 희망으로 버티지 못하면, 불시에 닥치는 시련을 극복할 자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겠지." "네..." 어디서 들은 소리냐고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물어볼 필요도 없이 당연함을 이내 깨달았으니까요.

2002년 1월 7일 새벽.. 일본 도쿄에서 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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