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터뷰 손님은 나를 아주 묘한 방식으로 힘들게 한 분이 되겠다. 서론 길게 할 거 없이 바로 인터뷰로 들어가겠다.
워밍 업
이아스: 워밍 업 좀 할까요?
문영선: 하시죠.
이아스: 저는 냉커피 옆에 두고 있는데,
문영선: 저는 파워에이드
이아스: 목 안마르겠어요? 화장실은 갔다 오셨고?
문영선: 당근이죠.
이아스: 전에 했던 거 보셨죠?
문영선: 네 그냥. 대충 봤죠.
이아스: 처음은 좀 비슷할테니까, 그러려니 하세요.
문영선: 재미있네요.
이아스: 자 그럼 시작하죠. 3, 2, 1, 자 안녕하세요.
문영선: 안녕하세요(카운트 다운이 스타 시작하는 기분이군요).
이아스: 네~ 항상 하는 순서지만, 우선 성함과 소속, 직책과 하시는 일에 대해 말씀 좀 해주세요.
문영선: 이름은 문영선이구요,
현대정보기술에서 일하고 있으며 사원이죠. 지금은 현대백화점 전산실에 파견 나와 있지만 2주 후면 금융기술팀에서 일하게 되구요.
이아스: (하시는 일)
문영선: 현재는 담당업무가 KMS 구축과 운영이었지만 2주 후부터는 금융권 업무로 달라지겠죠.
이아스: KMS가 뭔가요?
문영선: 지식경영시스템이라고 하죠.
이아스: Knowledge Management System?
문영선: 예. 겸손하심도 저보다 한 수 위 시군요.
이아스: 네, 약자는 맞출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그 구축과 운영을 혼자 다 하시진 않았을텐데,
문영선: 네 그렇죠. 큰 회사에서는 아웃소싱을 주로 하죠. 외부업체와 같이 개발을 하는 거죠. 이쪽 경영쪽과 외부업체의 중간에서 개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구축이 끝났을 때 운영업무에 들어가는 거죠.
이아스: 네, 그렇군요.
이아스: 영선씨는 어떤 일을 주로 하셨나요?
문영선: 저는 지식경영시스템의 일부분을 설계하고, 웹 코딩하고, 튜닝하구요.
이아스: 만물상이군요.
문영선: PM 급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쪽을 했죠. 그렇다고 할 수 있네요.
이아스: 설계라 하면, DB쪽을 말하는 건가요?
문영선: DB 설계와 UI
이아스: UI도?
문영선: 예.
이아스: 정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셨네요.
문영선: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하하
이아스: ERWin과 UML을 쓰셨나요?
문영선: 북치고 장구치고 할 주 있죠.
문영선: UML은 도입하지 않았고
문영선: ERWin을 썼죠.
이아스: 개발 환경이 OOP가 아니었나 보네요?
문영선: 거의 (회사가 그렇다보니) 시간에 맞춰서 개발하다 보면 기능만 돌아가면 된다는 식으로 일이 되더라구요. 가장 아쉬운 부분이죠.
이아스: 그럼 처음에는 UML을 쓰자고 했는데, 나중에 흐지부지된 건가요?
문영선: 아뇨.
이아스: 아님 처음부터 그런 건 필요 없다?
문영선: 개발 도입부터 거의 객체지향이란 것은 없습니다. T_T
이아스: 뭐 눈물을 흘리실 것 까지야.
문영선: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 일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죠.
당연 다를 수 밖에. UML은 많은 OOP계열-이제는 자바쪽이 대세지만-개발의 표현 수단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실제 업계에서는 냉대받고 있는 셈이다. 왜일까? 많은 개발자들이 일관적인 의사소통 수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UML 사용 자체를 시간 낭비로 보는 시각은 아직도 팽배해있다. 객체지향, UML 다 좋은 얘기다. 하지만...
업무 이야기
이아스: 제가 자바쪽 일을 하다 보니 궁금한 건데, 자바를 쓰셨나요, 아니면 다른 플랫폼을 쓰셨나요?
문영선: 자바 프로그램은 하지 않았지만. 알고는 있죠. NT 기반에서 프로그램을 했죠.
이아스: ASP?
문영선: 예, 그러니 자바는 멀리서 바라만 볼 뿐
이아스: 하하... 근데, ASP는 개발이 쉽고 빠르다고 정평이 나 있던데.
문영선: 현재 일하는 곳에서 만족하지 못해서 팀을 옮기려고 하는 거죠.
이아스: 혹자는 JSP보다 적어도 3배는 빠르다고 하던데요.
문영선: 랭귀지 적인 면에서 익히기에 쉬운 편이죠.
이아스: 영선씨도 회사에 가서 배우신 건가요?
문영선: E-현대 백화점에서 JSP를 써서 개발 했는데 ASP 보다 느리더라구요.
이아스: 개발 속도가, 아니면 서비스 속도가?
문영선: 서비스도 그렇고. 개발 속도는 모르겠네요.
이아스: 그렇군요. 왜 그런 것 같아요?
문영선: JSP냐 ASP냐에 따라서 그런 게 아니라 PM이 어느 정도 함량을 가진 사람이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매끄럽고 껄끄러움도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이아스: JSP, ASP문제가 아니다?
문영선: 예.
이아스: 네~ 잘 알겠습니다.
사실상 썬이냐 MS냐, J2EE냐 .NET이냐 하는 갑론을박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무슨 도구와 환경을 택하든, 결과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이아스: 다소 순서가 엇갈렸지만, 언제부터 사회인으로서 개발 활동을 하게 되셨나요?
문영선: 제가 현재 SM 쪽을 하다보니 업무적인 것을 많이 보게 되네요. 대학원 시절에 학교 프로젝트를 했었고 학교 졸업하면서 개발과 그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해서 접하게 되었네요.
이아스: 그러면 그게 2000년 초지요?
문영선: 물론 ASP 혼자 배운 거구요.
이아스: 한 1년 반쯤 되었네요? 학교까지 치면 거의 2년.
문영선: 그렇죠. 웹기반의 프로그램은 1년 반쯤. 학교 다닐 때는 VC++ 프로그램을 했죠.
이아스: 웹 쪽하고는 많이 틀리죠?
문영선: 그렇죠.
이아스: 간단하게나마 비교를 한다면?
문영선: 먼저 그 쪽을 해서 그런지 개발 면에서 웹쪽은 쉬운 것 같아요.
이아스: 아~ 그래요?
문영선: 그러나 브라우저에 따라 버그의 변수도 만만치 않은 거 같아요.
이아스: 그게 짜증나죠.
문영선: 자바프로그램도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이아스: JSP라고 해서 용가리 통뼈는 아니지요. 스윙도 마찬가지고.
문영선: VM 버전이 무엇이냐에 따라서도 그렇지 않을까요?
이아스: VM만 하겠어요?
문영선: 스펙도 워낙 다양하고.
이아스: OS며 GUI며 미치고 팔짝 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죠.
문영선: 하하하 그래서 운영하면서 뭐가 안된다고 그러면 "브라우저를 다시 까시죠." 합니다.
이아스: 명답이십니다.
웹 프로그래밍이 쉽다? 맞는 말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쉬운 것이 사실 더 무섭다. 수많은 웹 개발자들의 최대 공적(共敵), 바로 브라우저다. 꼭 어디 제품이라고 꼬집을 필요도 없는 애플리케이션, 인터X 익XXX러. 도대체 표준은 어디있고, 원리원칙은 누가 세우는지, 어디 헌법 재판소라도 가서 물어보고 싶다.
이아스: 영선씨는, 대학교도 컴퓨터 공학과, 대학원도 컴퓨터 공학과를 나오신 재원이십니다.
문영선: 머리가 모자랐기 때문이죠.
이아스: "석사"로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신 셈인데 어떻던가요? "여성" + "석사"라는 것이 마이너에 마이너가 아닐까 싶은데.
문영선: 모르겠어요. 일은 남녀 구별이 없고, 얼마나 많이 배웠느냐도 중요하지만, 다른 요소들도 많이 고려되는 부분이니까요.
이아스: 다른 요소란?
문영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저는 무시하고 싶어요. 여자이니까... 일을 못하지 않을까? 석사니까 좀 하겠네. 하는 식이죠.
이아스: 하하하... 진짜로 그래요?
문영선: 주위의 말에 신경쓰는 것은 제 성격이 아닌 것 같아요.
이아스: 대놓고는 말 못하겠지. 뒤에서 쑥덕쑥덕하는군요.
문영선: 저는 대놓고 말하는 편이라서. 제가 요구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 일의 방향 제가 컨트롤 하고 싶은 욕심 같은 것들이 많이 표출되었나 봐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강한 이미지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이아스: 네, 그래서 다소 원성(?)을 샀군요.
문영선: 그렇다고 해야 할까요? 웃긴다고 생각되는 것은 저 여자는 퍼펙트야. 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을 때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우스워요.
이아스: 어떤 표정인데요?
문영선: 예를 들면 제가 한 일이 아닌 업무를 가지고 이건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저는 제가 한일이 아니라고(제가 알고 있는 업무로직이 아니라고) 얘기하죠. 그런데 전산일 하는 사람이면 뭐든지 다 알아야 하지 않냐면서 성을 내는 현업 사람들도 있거든요.
이아스: 저도 코웃음이 나오네요. 떨떠름하죠, 그럴 땐.
문영선: 일의 경계를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지 않지만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배웠듯이 Crisis 는 이런 데서 오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아무튼 전산일 하는 사람들에게는 퍼펙트가 요구되는 시기인거 같아요.
이아스: 네, 그렇군요. 좀 까다로운 질문일지는 모르겠는데, 여성 개발자가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영선: 자신이 어떤 것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서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아스: 어떤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대학원에 가는 것이 좋을까요?
문영선: 하하하, 진리탐구!
이아스: 근데 대학원에 진리가 있긴 하던가요?
문영선: 저는 그냥 먼가 하나 하나 알아 간다는 게 기분 좋았던 거 같아요. 공대에서 진리란 무엇인가 먼저 생각을 해 봐야겠네요. 그건 너무 어려우니까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구요.
이아스: 그렇다면, 대학원 진학을 대체로 권하는 편인가요?
문영선: 배운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어디에서든지 가능한 거 같아요. 사회에 먼저 나와서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거 같구요. 현재로서는 어떤 것을 먼저 배우느냐는 중요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아스: 네, 좋은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속된 말로 "가방끈이 긴" 개발자들, 남 보기엔 부러울지 몰라도 속은 곪아 터진다. 많이 배웠으니 그만큼 잘할 것 아니냐는 주위의 비아냥거리는 시선은, 학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석사, 박사라고 해도 쉬이 넘길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앞서 영선씨도 지적했듯 "퍼팩트"함의 기대는 가히 스트레스의 으뜸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배움의 길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공부, 하긴 해야 겠다.
이아스: 전공이 DB셨죠?
문영선: 네.
이아스: 지금도 DB쪽 일을 많이 하실 것 같은데 2001년 현재의 DB분야 업계 현황을 간단히 브리핑한다면? (즉흥적으로도 좋습니다.)
문영선: 웹쪽으로 개발을 많이 하다 보니 많이 가벼워지고 있는 편인 거 같아요.
이아스: 가벼워진다라... 구조가 복잡하지 않다는 뜻인가요?
문영선: Mysql을 혼자 하면서 웹기반의 개발에서 속도면에서 오라클에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아스: 그래서 NASA도 MySQL로 바꾸었죠. 결국 MySQL과 같은 Lightweight DBMS의 득세?
문영선: 무엇간 기존의 커다란 것을 작은 것이 대체 할 수 있다는 게 기존 개발자들에게는 두려움이 되겠지만, 별로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이아스: 하지만 MySQL이 오라클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하지 않을까요? 오라클은 또 오라클 나름대로의 시장이 있을 것 같은데.
문영선: 보안이라든지. 여러모로 그렇겠죠. 타겟이 무엇인지에 다라 스스로 특성화 하겠죠.
이아스: MS SQL쪽은 어떻습니까? 실제로 ASP + NT 진영에서는 거의 MS SQL을 쓰던데.
문영선: MS SQL 쓰고 있죠.
이아스: 어떤 사람은 MS SQL을 가리켜 "아직도 갈 길이 먼" DB라고 하던데.
문영선: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죠.
이아스: 이유가 있다면?
문영선: 혹 설계 툴CAD 써 보셨나요?
이아스: 아니요.
문영선: 같을 일을 하는데 처음엔 마우스로 하는게 쉬운거 같지만, 익숙해졌을 때는 키보드로 작업하는 게 훨씬 편하답니다. MS SQl쓰면서 그런 기분이에요. 처음엔 쉽게 할 수 있지만 깊은 물을 알기엔 좀 부족한 것 같네요.
이아스: 현업에서 ODB쪽은 써보셨나요?
문영선: 그럴 기회가 없었네요. (참고로 전에 MS에서 고객지원을 나왔더라구요.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어서 물어 봤는데 간단한 쿼리 문장 하나 모르더라구요.)
이아스: (그건 원래 그래요.)
NT와 ASP가 웹 솔루션의 위치를 넓혀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MS SQL도 득세해왔다. 많은 사람들의 그 편리함을 칭송하지만, 웃고 들어갔다 울고 나온다는 "영어"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 세상에 "공짜"도 "거저"도 없다.
또한 자바 계통의 솔루션을 채택해도 DB는 여전히 RDBMS를 쓰는 관행도 주시해볼 만 하다. 실제 웹 서비스의 속도를 좌우한다는 애플리케이션 서버 속도 + DB 속도에서 객체의 관계형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은 "거북아 날 살려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OOP + ODB, 당연히 빠르고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ODB가 없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DB는 역시 RDB지"하는 선입견은 언제쯤 사라질지...
이아스: 그런데 부서를 옮기신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막 옮길 수 있나요?
문영선: 작년 12월 부터 싸운 겁니다.
이아스: 하하하... 대단하군요. 새로 옮기는 부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본인의 일은 또 무엇이고?
문영선: 금융권의 프로젝트를 하게되죠.
이아스: 금융쪽이 하고 싶은 까닭은?
문영선: 저희 회사에서는 외국에 프로젝트를 많이 하기도 하구요, 전공이 데이터베이스이다 보니 DB에 관심이 많고 개인적인 생각으로 트랜잭션 량이나 덩치면에서, 프로젝트 규모 면에서 금융권 SI가 가장 클 것 같아요.
이아스: Size does matter군요.
문영선: 하하하
문영선: 꼭 하고 싶은말.
이아스: 뭔데요?
문영선: 이쪽에서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은 너무 작은 일에 연연해 하는 것 같아요. 제 취향이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크게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같은 시간안에 A,와 B를 한다고 했을 때 더 큰 것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작은 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사랑도 많이 할 수 있는데 못하는 것처럼 프로젝트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작은 일에만 너무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닐까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이아스: 저도 그래요.
문영선: 이해하신다니 좋군요.
이아스: 동감입니다.
왜 시간이 지날수록 속이 좁아지는 걸까? 원래 속 좁은 사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아는 한 디자이너는 사장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었다고 한다. "너는 잘 하는데 80%밖에 안낸다." 그렇다. 더 잘 할 수 있는데도 20%를 남겨두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20%가 아닌지도 모른다. 자신은 자신의 능력중 몇%나 뽑아내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가? 왜 그 정도로 자신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최고의 품질은 어디 북극 빙산 뒤에 숨겨놓았는지, 윗사람들에게 들입다 욕먹는 개발팀장 이하 팀원들, 오늘 하루도 그럭저럭 지나가는 것일까?
꿈
이아스: 외국에 무척 나가고 싶어 하시는데, 어떤 특별한 이유라도?
문영선: 한번 태어난 것 많은 나라 흙냄새 맡아 보고 싶은 감상이기도 하고 통이 크다보니.
이아스: 흙냄새 별로 안달라요~ :)
문영선: 하하하
문영선: 꿈꾸는 거 좋아하세요? 실현 불가능일지라도 노력한다는 것은 중요한 것 같아요. 제 꿈은 월스트리트의 증권가에나, 아님 스위스의 국제은행에서 전산쪽으로 왕고가 되고 싶어요.
이아스: 무슨 여군 갔다오셨어요? "왕고"라니.
문영선: 하하하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비웃습니다. ) 아무튼 개인적으로 프로그램을 하는 후배들이나, 특히 여자분들, 크게 숨쉬고, 많은 것 가졌으면 합니다.
이아스: 넵, 잘 알겠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후배 여성 개발자들에게 많은 격려가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이아스: 저도 영선씨가 그 꿈을 꼭 이루시길 빌겠습니다.
문영선: 그리고 참. SM에서 일하다 보니. 고객은 중요한 것입니다. 개발할 때 고객이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문영선: 많이 고려해 본다면 좀더 편리하고 인간적인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을까 해요.
이아스: 그렇군요. 백 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문영선: 프로그램 많이 해 본 사람들 보면 어느덧 수동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이아스: 사실 오만한 개발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점이에요.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 꼭 있다고 여겨집니다.
문영선: 항상 배우는 자세도 중요하구요.
아무래도 현업에 종사하다 보면 "답답함"을 많이 느끼나 보다. 하지만, 수동적인 면을 직장에서는 버리자. "여성스러움"이 "무능력"으로 비춰진다면, 그것은 열심히 일하며 프로를 향해 뛰는 여성 개발자에게 좌절일 수밖에 없다. 분명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래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고객과 개발자의 관계는 최근 웹 개발의 붐과 함께 가장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분명 왜곡된 면이 많다. 인터넷이 뭔지, 서버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짜증날 수 밖에 없다는 것, 개발자라면 삼척 동자도 다 안다. 하지만 정확히 짚고 넘어갈 것은, 개발자는 제조업 종사자가 아니다. 서비스업, 바로 고객을 상대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는 서비스업자 아닌데요." 하시는 분들은 조용히 짐을 싸서 연구소나 학교로 들어가시라. XP(eXtreme Programming)라는 새로운 개발의 패러다임을 창시한 캔트 백(Kent Beck)의 "개발자의 일이란 대화(Conversation)라고 봅니다. 끊임없이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서 화합과 협력의 노작을 어루만지게 됩니다."라는 말은, 업계가 과연 어떠한 개발 마인드를 요구하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무언가, 변해야 한다.
이아스: 아까도 PM론이 잠깐 나왔는데, 여러 PM들을 상대해보셨나요?
문영선: 그래도 쫌 봤다고 할 수 있죠.
이아스: 어떤 PM이 가장 좋고, 어떤 PM이 가장 나쁘던가요?
문영선: 일의 분배와 스피드 조절을 잘하는 사람. 자신의 생각(현재 시점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파악하고 )을 타인에게 제대로 프리젠테이션 할 수 있는 사람
문영선: 워스트라면.. 그 반대이겠죠. 개발 완료시점이 되어서야 왕창 일 해라 하고. 외부업체에 말도 제대로 못하고.
이아스: 죄졌나요? 왜 말을 못하지?
문영선: 하하하 이쪽에 일하는 사람들 보면 프로그램은 잘하는데 말은 잘 못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이아스: 아~ 많죠. two-way가 다 되는 사람은 흔치 않죠. 근데 PM은 코딩안하지 않나요? 아, 개발 실력은 좋은데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진다?
문영선: 네. 잘 집으셨습니다.
이아스: 근데, 실제 업계에서 베스트에 가까운 팀장을 만나보셨나요?
문영선: 아직요.
이아스: 있을 건 같나요?
문영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배우는 중이에요.
이아스: 아마 영선씨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문영선: 없다면 내가 되면 되죠.
이아스: 건투를 빕니다!
문영선: 고맙습니다.
본인도 많은 PM을 만나보았다. 하지만, 솔직히 "감동 주는" PM은 없었다. 나중에서야 "그분 괜찮았구나"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밑에서 일하다 보면 부조리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정말이지 "해도해도 너무한다"싶은 경우도 종종 있나보다.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성격이 그럴 수도 있고, 경험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과연 우리는 어떤 PM을 원하는 걸까? 슬램덩크의 안선생님? "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의 김응용 감독? 아님, 옆집 담배가게 아저씨?
다소 사적인 이야기
이아스: 정말 맹렬하게 대화를 나누었군요. 워낙 말씀을 잘하시는 분이라, 제가 오랜만에 호적수를 만난 기분입니다. 벌써 인터뷰한지도 한 시간이 넘었거든요?
문영선: 정말요?
이아스: 대강 마지막즈음 되면, 개인적인 얘기를 쬐금 풀어놓습니다.
문영선: 말씀하세요.
이아스: 인생의 동반자로서 어떤 사람을 그리시는지.
문영선: 용기있는 사람. 따뜻한 사람, 아픈 동물이나 식물 보았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는 사람. 게다가 저와 생각이 맞는 사람이라면 좋겠죠. 너와 내가 다르다는 거 인정하는 사람.
이아스: 자 그럼, 이 컬럼을 보실 한빛 네트워크 독자 제위에게 한말씀.
문영선: 음 이부분 너무 긴장되는데요? ^^;
이아스: 여태까지 능수능란하게 해오다가, 갑자기 약한 모습은.
문영선: 하나 하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개발자가 되었으면 하네요.
이아스: (혹시 독자 여러분이 궁금하실 것 같아 코멘트를 다는 데, 이 대답이 나오기까지 약 30초가 걸렸습니다.)
문영선: 너무 머리빠지게 고민하지 말고 즐겁게 개발하는 거 행복하지 않을가요.
이아스: 아무튼 오늘 말씀 대단히 즐겁고 고마웠습니다.
문영선: 저두요. 이런 기회를 언제 가져보겠어요.
문영선: 인터뷰 끝이죠?
이아스: 원래 더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신거 아는데, 타이핑이 너무 짜증나서, 많이 줄인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이게 또 채팅 인터뷰의 한계네요.
이아스: 아무튼 멋진 나이스 누님 개발자 왕고 되시기 바랍니다.
이아스: 그럼 독자 여러분 안녕히!
문영선: ^^:
이아스: (손 좀 흔들어봐요~)
문영선: ``
막판에 다소 오버한 것 같다. 다소 황당한 불쾌감을 드렸다면 사과드린다. 여름에 비도 오고 짜증나는데 좀 즐겁게 해보자고 했던 당초 의도를 이해해주시면 더 바랄 것도 없겠다.
참고로 문영선씨는 설계자(architect)를 꿈꾸며 더 큰 세계로 나가고자 부단히 노력하시는 분이다. 한 J2EE 강사가 "우리에겐 설계자가 없다"는 한탄을 했던 것을 들었는데, 너무도 가슴에 절실히 다가왔다. 이제 우리의 개발 역사도 그리 일천하지는 않을텐데, 세계에 자랑할만한 개발 철학과 구조를 제시하는 존경받는 설계자는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노벨 과학 분야 상 나오면 그 때 같이 나올 것인가? 끊임없이 기초(基礎)와 정도(正道)가 무시당하는 현실에서 열매는 열리지 않는다. 거대한 고층 건물이건, 조그만 2층집이건, 설계는 중요하다. 아무리 미장이와 목수가 최고수라도 설계가 거지같으면 홈리스만도 못하다. 다행히 우리 주위에는 이런 현실에 굴하지 않고 최고의 설계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다. 당찬 문영선씨의 모습은 그래서 현실에 안주하는 맥 빠진 개발자들에게 한여름 톡쏘는 탄산음료같은 자극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영화 "세븐"에서 마지막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헤밍웨이가 이렇게 썼었다.
세상은 좋은 곳이고 (The world is a fine place,)
그것을 위해 싸울 가치가 있다(and worth fighting for.)
나는 두번째 문장이 맘에 든다.
나는 그 영화의 끝맺음이 좋다.
이 글은 현재 일본에 계신 한빛리포터 이아스님이 채팅을 통해 국내 여성 개발자와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생동감을 주기 위해, 채팅에서 사용되는 구어적인 표현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으니, 이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