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편집자 유승재
베스트셀러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제2탄!
경제학과 인문학의 만남이라고요? 어렵고 딱딱하기만 할 것 같지만 어찌 보면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두 분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독자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2012년 1월에 출간되었던 『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베스트셀러를 기록했고 현대그룹, SK그룹, IBK기업은행 등 많은 기업과 CEO들은 이 책을 필독 도서로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핏 보면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두 학문이 이렇게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던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제학을 배우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삶 속에서 경제학적인 원리들을 활용하고 실천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 삶에 이미 경제학이 스며들어 있는데 인간의 삶을 품고 연구하는 인문학이 어떻게 경제학을 빗겨갈 수 있을까요?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이렇게 탄생합니다. 이 책은 소설가, 예술가, 철학자 등 우리 삶을 예리한 시각으로 통찰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작품에서 경제학적 진실들을 길어 올립니다.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등 정통적인 인문학에서 경제 원리를 추출해내기 때문에 인문학과 경제학을 처음 시작하는 독자들에게도 좋은 입문서로 평가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경제 원리를 알게 모르게 실천하며 살고 있지요
『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2』의 목차를 살펴보면 어라?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인문학 서재에 웬 음식? 영화?’ 그렇습니다. 2권의 내용은 정통적인 인문학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듯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과 영화, 인물까지도 포함하게 된 것은 인문학이 인류 문화의 전반에서 인간의 삶에 대해 고찰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문사철뿐 아니라 새롭게 추가된 내용 또한 우리의 삶과 문화의 본질에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1권과 구분되는 가장 뚜렷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더욱 친숙한 소재를 끌어들임으로서 경제 원리가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바로 옆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2』를 기획하면서 또 하나 신경 썼던 부분은 바로 시각 자료입니다. 좀 더 친근한 삶의 현장을 다루기 때문에 그에 걸맞게 다양한 사진을 시원하게 배치했습니다. 19세기 중후반 직장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야기 신문’이나, 지금 봐도 세련된 디자인의 일본 에도시대 지폐, <80일간의 세계일주>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의 화폭에 담은 환상적인 그림 등 시각 자료를 통해 보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내용이 들어있느냐고요?
이 책은 문학과 영화, 예술과 미디어, 음식, 인물, 역사에서 뽑아낸 총 42개의 글로 엮여 있습니다. 편집자로서 어느 하나의 글도 빼놓을 수 없지만 하나만 딱 소개한다면, 요즘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조세피난처 이야기가 적당할 듯합니다.
도대체 조세피난처에 연루된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이길래 각종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걸까요? 이 책에 따르면 세계적인 록 그룹 롤링 스톤스는 20년 동안 5,100억 원 정도를 벌어들였는데 그중 1,250억 원 정도를 세금으로 냈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 이들이 낸 세금은 얼마일까요? 고작 82억 원에 불과했답니다. 그게 다 네덜란드에 설립한 재단, 즉 조세피난처를 통해 수입을 관리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970년부터 2010년까지 40년 동안 조세피난처로 흘러들어간 자금의 규모는 약 2경 4,000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케이맨제도의 한 5층짜리 건물에만 18,000개 이상의 기업이 주소지를 두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약과에 불과합니다. 조세피난처가 역사의 향방을 바꾸기도 했으니까요. 로마는 포에니전쟁을 통해 지중해의 패권을 잡는데 아주 중요한 시칠리아 섬을 장악합니다. 그래서 보통 새로 확보한 도시 국가에 자치권을 부여하던 로마는 이 섬만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로마의 속주로 편입시킵니다. 문제는 아직 섬의 서쪽 지역에는 카르타고라는 무시할 수 없는 국가가 버티고 있다는 것. 로마인들은 이 지역의 민심이 카르타고로 돌아설 것을 두려워했고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그게 바로 조세피난처였습니다. 당시 카르타고 본국의 세율은 25~50퍼센트에 달했는데, 로마는 시칠리아 섬 지역에 겨우 10퍼센트의 세금만을 부과합니다. 이러한 정책은 사람들이 카르타고가 아니라 로마에서 비즈니스를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후 섬의 서쪽마저 로마로 편입되면서 로마는 완전히 지중해를 장악합니다.
이외에도 이 책을 통해 영화관에 가면 왜 팝콘을 먹게 되는지, 클래식 공연 티켓은 외 그렇게 비싼지, 햄버거를 먹을 때 왜 콜라를 마시게 되는지 등 우리 삶 속의 경제 원리를 쉽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1권을 통해 인문학과 경제학의 통섭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좀 더 친숙한 이야기들로 경제 원리를 배우는 즐거움을 만끽하리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