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아스님(
http://www.iasandcb.pe.kr)
2001년 내내 베타를 선보이며 바람몰이를 한 끝에 2002년 2월초 정식으로 모습을 내비친 J2SE 1.4가 나온지도 어언 1년이 다되어 갑니다. 기대도 컸고, 따라서 실망도 어느 정도는 있었으리라 짐작되는데요, 의외로 현업에서는 매우 담담하게 이를 지켜보는 듯합니다.
아마 멀린을 가장 고대했던 사람들은 "제발 자바가 빨라졌으면…"하고 바라는 분들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핫스팟 성능도 그렇고, 2D쪽 강화에, NIO까지… 기대할만한 요소가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응은 많이 엇갈렸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기능들이 안정화 내지 정착되기 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들뜬 마음에 간과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임기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그 성능을 극대화하는 게임은 몇 년 후에나 나오게 되는 이치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성능말고도 멀린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XML 지원에 대해서는 일대 혼선까지 빚어졌습니다. 특히 J2SE에 처음으로 외부 표준을 끌어안는 방식을 사용하다 보니, 구문분석기는 크림슨이 기본 내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저시스를 많이 쓰고, 변환기도 차츰 업데이트되어 가는 상황은 자바가 가장 자신있어하던 이식성과 호환성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변화에는 항상 시련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점차 XML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멀린에서 구문분석기와 변환기를 따로 설정하는 방법이 정리되어가고 있고, 사용자들도 그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 있음이 이를 반증합니다. 그렇다면 NIO나 로깅 API, 2D 보강도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어떨까요?
아무튼 분위기상으로는 대체로 멀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는 기운이 일고 있으며, 고맙게도 이를 받쳐주는 SDK와 RE도 속속 나와주고 있어 멀린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미들웨어 업체에서는 J2EE 1.4와 관련하여 J2SE 1.4의 NIO 채용에 무척 열성적이고, 최근들어서는 MS 운영체계에 썬의 최신 JVM이 들어가야 한다는 법적 조치도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자바 리치 클라이언트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 한 해는 멀린의 해가 될 것입니다. 멀린으로서는 잘된 것인지 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J2SE 1.5 타이거의 출시 일정이 내년 1사분기로 밀렸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이로서 멀린은 일선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더 벌었고, 개발자들로서도 새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대신 이제 익숙해지기 시작한 멀린과 함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2003년에는 단순한 멀린의 신기능 소개 차원이 아닌, 실제 적용으로부터 얻은 노우하우가 퍼질 차례입니다. 좋은 프로그래밍이 좋은 소프트웨어를 낳고,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의 합의에 이른다면 더 행복할 것은 없겠지요.
한편으로 금년은 타이거를 준비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타이거의 체험판이 언제부터 일반인들 손에 들어갈 수 있을 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멀린의 전례로 보았을 때 아마 곧 호랑이의 어슬렁거리는 모습과 조우하게 될 것입니다. 멀린이 자바 2의 새 바람을 몰고 왔다면 타이거는 자바 2의 개혁을 가져다 줄 큰 변화의 상징입니다. 그동안 큰 변경이 없었던 자바 언어 규격에 혁명적인 개념들이 들어가고, XML 지원도 더 이상 "처리" 수준이 아닌 그야말로 "XML-자바" 한몸의 경지에 이릅니다. 메모리와 스레드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는 물론 클래스 포멧과 JAR 포멧까지 바뀌는 등 이건 혹시 자바 3가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빠집니다.
하지만 분명 자바 3, 차세대 메이저 자바는 아닙니다. 이미 한빛에서도 최고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
Java 3.0이 필요한 10가지 이유"에서도 타이거 이상의 자바를, 그리고 오픈 소스화된 자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아직 타이거 이후의 로드맵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올해 자바원 컨퍼런스를 통해 어떤 폭탄 선언(?)이 터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썬은 인력 삭감을 단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바 관련 인원도 예외는 아니라고 하는데, 이제 "자바하면 썬에게"라는 선입견도 점차 사라질 것 같습니다. 멀린이 가져다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키워주었던 부모님(썬)의 곁을 떠나 당당히 독립하려는 소년(자바)의 용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모험은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기사 예고
다음 기사에서는 제 2편 - J2ME 분야, "가려진 기술 사이로"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