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한빛리포터 유명환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디자이너들의 관심은 단 두 가지로 좁혀진다. 하나는
휴대성으로 어떻게 하면 들고 다니기 좋을 정도의 사이즈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과, 또 다른 하나는
이동성, 즉 들고 움직이면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 CF 카피처럼 "무선이 답이다" 란 말이 100% 맞는 말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있다. 실제 필자의 사무실도 무선 랜으로 인터넷 환경을 갖췄으며 스타벅스 커피점에 가면 시간당 얼마를 지불하고 손쉽게 무선 랜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지 않은가? 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핸드폰에까지 무선 랜 기능의 탑재여부를 검토중이라는 실정이니 이젠 정말 "무선의 시대"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시대의 요구에 부흥하여 O"REILLY에서는 발 빠르게
『802.11 무선 네트워크 가이드』란 제목의 번역서를 출간해내기에 이르렀다. 본 서적을 읽고 난 이후의 느낌은 한 마디로 "어렵다"는 것이었다. 본 서적의 [저자 서문]을 보면 "이 책의 독자" 라고 하여 본 서적을 읽어야 할 대상들을 나열하였는데 거기에 적혀있는 바를 그대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이 책을 흥미 있게 읽으려면, 컴퓨터 네트워크에 대해서 상당 수준의 지식이 필요하다. 독자는 IEEE 802 네트워크(이더넷은 일부임), OSI 모델, TCP/IP 프로토콜과 함께 독자가 사용하는 네트워크의 다른 프로토콜 등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필요 조건"같다. 본 서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네트워크에 대한 정말 상당한 지식이 필요하다. OSI 모델에서 제시하고 있는 7 Layer의 각 Layer, 특히 Layer 2의 MAC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요구된다. 또, 무선 랜을 실제 구축함에 있어 리눅스 커널 컴파일 과정 같은 실용적인 내용들도 숙지하고 있어야 할 정도로 본 서적의 내용은 정말 방대하다. 책 제목도 『802.11 무선 네트워크 백서』가 맞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다.
책의 내용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으로 "번역의 껄끄러움"을 들 수 있다. 안 그래도 어려운 내용들을 다루고 있는데 해석마저 매끄럽지 못하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네트워크를 전공한 본 필자도 간혹 "이게 뭐지?" 하고 고개를 갸웃~ 거리게 만드는 부적절한 몇몇 용어들이 눈에 띈다.
한 예로 MAC을 "매체 접근 제어"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Device는 그대로 "디바이스"라 표기하고 있다. 차라리 이럴 바엔 MAC도 "맥" 이라 쓰거나 아니면 그냥 "MAC" 이라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어차피 본 서적의 내용이 일반 대중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고급 지식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네트워크 전공자들이라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표기를 사용하는 게 문맥을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된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서적의 "편집"이었다. 서적에 보면 매우 많은 이미지들이 모두 외곽 괘선이 그려져 있는 상태로 편집되어 있는데 이게 필자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부분의 서적들을 보면 이미지만 있어 깔끔한데 반해 본 서적의 경우엔 편집 과정에서 이미지를 삽입한 이후 괘선을 없애고 이미지 아래 이미지에 대한 설명 문구를 가운데 정렬하는 등의 편집 과정이 생략된 듯 하다. 즉, 어딘가 덜 편집된 듯한 느낌이었다.
전반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서적이었다. 그러나, 단언컨대 무선 랜에 관해 본 서적만큼 폭 넓게 다루고 있는 서적은 아직 우리나라에 없다. 무선 랜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한번쯤은 본 서적을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필자가 무선 랜에 관한 서적을 집필하기 전까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