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아스님(
http://www.iasandcb.pe.kr)
두 달여 전, 각종 자바 사이트의 대문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소식을 기억하시는지. "JCO와 썬의 양해각서 교환"이라는 딱딱한 문구는 접어두더라도, 한국의 커뮤니티 연합과 미국의 자바 종가와의 동반자 관계가 열릴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그건 그렇지만, 사람들은 참 망각에도 빠르다. 그 기쁜 소식이 흐른지 어언 2개월이 지났지만, 오늘도 이렇다할 후속타는 들리지 않고 있다. 그러던 차에 필자는 썬의 J2ME 사이트에서 WTK 1.0.4의 국제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운받아 설치해보았지만 결국은 똑같은 영어 메뉴만 나오고 말았다. 아니, 국제화라 함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이 자동적으로 플랫폼의 로케일(언어설정)에 따라 그에 대응하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근사한 기능이 아니던가.
"그렇다. 이렇게 앉아만 있을 수는 없다. 당사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리해서, JCO의 대외담당으로 활약중이신 양희정씨를 직접 만나 JCO와 썬의 협약에 대한 뒷얘기, 그리고 앞으로의 사업에 대해 신나게 물어보고 자세히 들었다. 다만, 실제 대화 내용은 참으로 길었기 때문에(약 2시간…정도?) 전부 옮길 수는 없고, 더욱이 나의 믿었던 기억력도 "인간 녹음기"로서는 낙제감이었음을 부인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요한 사안에 대한 전광석화 같은 잔상이 아직도 많은 여운을 주고 있다는 것,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인사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것! 바로 인사이다.
그리고 그 인사로부터 받는 것이 인상! 즉, 첫인상이라고들 하는데…
양희정씨는 역시 "대외담당을 하실만 하구나"하는 넉넉한 분위기로 용감무쌍한 인터뷰어인 나를 대해주셨다.
질문에 답해주실 양희정씨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자바유저스넷의 운영과 함께 JCO를 일찍부터 함께 이끌어오셨던 분으로서, 한국의 자바 커뮤니티 활동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오셨다. (현재는 썬에서 근무하신다고 티맥스 소프트 컨설팅 팀장님으로부터 들었다.)
이미 "JCO-썬 제휴" 소식을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한 내용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더욱 깊은 얘기를 나누고자 한 관계로, 도대체 그 소식이라는 게 어떤 건가가 궁금하신 분들은
자바서비스넷에 올라온 기사부터 먼저 보시라.
본격 인터뷰
그럼 첫 번째 질문,
"어떻게 성사되었는지?"
우선 궁금했던 것은 한국측, 즉 JCO측이 썬에 제휴를 애원까지는 아니겠지만 매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사대적인 추측이었다. 이에 대해 양희정씨는 간단히 대답했다.
"올해 2월이었던가요, JCO주최의 한국 자바 개발자 컨퍼런스에 썬측의 고위 인사(이름을 들었지만 까먹었다. T_T 여기서 드러난 인간 녹음기의 문제)가 참관했었는데, 한국의 자바 열기를 눈으로 확인하고는 무척 감동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한국 자바계에 어떠한 구체적인 보답성의 지원이 있어야 하겠다고 해서 그 쪽(즉 썬측)에서 먼저 저희 JCO에 제안이 들어온 것이죠."
나는 이 말이 더 감동적이었다. 그동안 늘 미국에 사정사정하던 모습만 떠올라서, JCO도 썬에 그렇게 했으려니 하는 추측은 산산조각이 난 셈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마음은 더 뿌듯해졌다.
허나, 감동만 하기에는 짚어 봐야 할 점들이 꽤 있다. 먼저 JCO와 썬이 맺었다는 제휴, 특히 그 형식인 "양해각서"이다. 이에 대해 양희정씨의 말을 들어보자.
"협약이라함은 강제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서로의 존재를 인정했다는데 의의가 있고,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보자는 윈-윈(Win-Win) 취지를 분명히 했다는 것이죠."
두번째 질문에 해당하는 실제 사업을 보면 알겠지만, JCO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썬에게는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단순한 홍보적 의미만 있는 것이지 궁금했다.
"물론 (썬에게) 수익적인 이득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썬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에는, (JCO와의 제휴를 통해) 커뮤니티 제휴 모델 확립을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북미는 상대적으로 커뮤니티(혹은 그 활동이나 열기)가 부족하니까요."
그러나 이 말은 다소 뜬구름 잡기같이 들렸다. 이즈음에서 나온 이야기.
"썬 코리아 사장 교체가 있습니다. (JCO-썬 제휴가 단순히 새 인사에 즈음한) 이벤트성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MS, IBM간의 IT적인 정치가 심화되는 현 국면에서 썬으로서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지요. 이른바 "이슈화"하는 겁니다."
한가지만 보고 무언가를 결정하는 시대는 이미 로마의 카이사르 시절 종언을 구했다. 한국은 시나브로 "신 IT 기술과 정책의 시험장"이라는 칭찬으로도, 폄하로도 들리는 존재로 각인되어왔다. 한국의 자바 개발자, 그들의 힘과 정열을 느꼈기에 썬은 손을 내밀었고 JCO는 모두를 대신하여 그 손을 잡은 것이다.
다음 두번째 질문,
"썬이 제공하고 있는 자바 문서의 한글화(번역)와 같은 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공동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질문이 질문인만큼 답변이 간단할 리 없다. 조목조목 살펴보면,
- JCO 산하 커뮤니티의 세미나 지원
지원이라 하면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지만, 사전 준비 단계에서 시작해서 썬의 권위있는 개발연구책임진의 발표, 경품제공까지 물심양면을 다하겠다고 한다. (이미 실행하고 있다.)
- 문서, 도구 한글화
물론 이점에 대해서는 "시간과 돈이 든다."고 썬도 인정했고 우리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서 생길 수 있는 오해 한 가지
"문서 번역을 JCO에서 맡고 그 발행(즉 웹으로의 공식적 공개)을 썬이 한다."
이는 JCO와 그 산하 단체에서 번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썬이 직접 인력을 써서 번역을 하고 있다고 한다. 테크 팁과 같은 짧은 글부터 API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영어 문서로 자바 기술을 접하는데 장애를 느끼셨던 한국의 자바 개발자들에게 "꿈은 이루어 진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는 해도, 지금까지 썬이 발표한 자바 문서와 개발 도구는 정말로 많다. 그걸 다 한꺼번에 한글화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가 있는 것이고, 따라서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기에도 목이 타니까, 현재 어떤 일정으로 어느 정도 진행되어 있고, 어떤 것들을 하고 있으며 또 어떤 것들을 앞으로 할 지 등을 안내해주는 웹 페이지라도 있다면 참 행복하지 않을지….
질문과 답변 사이
무슨 형사 심문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오히려 질문 답변보다도 더 흥미로운 말들이 나오곤 한다. 과연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궁금하지 아니한가.
첫번째,
"썬은 JCO가 JCP가 참여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동안 자바 표준 기술 제정에 한국이 (자바 기술의 사용과 저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물론 이런 정황은 (기술 공용어로서의 영어에 대한) 언어 장벽이라던가, 국내의 특수한 상황(법인 기술 연구 미비, 커뮤니티 활동 왕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JCP라는 생소한 시스템에 대한 어떤 모범이 한국의 법인과 개인 모두에게 필요해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쉽게 말해 "누굴 따라 할 수 있어야…"라는 일종의 초기 진입에 대한 두려움을 누그러뜨려줄 수 있는 도우미 같은 존재를 알게 모르게 한국의 자바계가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J2EE쪽에서는 티맥스소프트가 그러한 역할의 테이프를 끊었다면, JCO는 더욱 광범위한 활동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양희정씨는,
"(썬 측에서는 어서 참여하기를 바라지만) 서두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할 것입니다."
그렇다. 고려해야 할 것이 많으리라. 함부로 덤비지 않고 오히려 급할수록 돌아가는 모습에 JCO의 사업력이 믿음직스러워진다.
두 번째,
"(JCO와 썬의 제휴는) 배타적인 조인이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JCO의 사이트는 그 위상에 비해 상당히 부실하다. 이는 썬이 JCO에 대한 물리적 지원, 특히 서버와 같은 유형의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인데, 이 부분은 IBM과 협의하여 무언가 결실을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한다.
끝은 또 다른 시작
장시간 대화를 허락해주시고 황당한 질문에 소상히 답변해주신 JCO 대외담당 양희정씨에게 다시 한번 충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만남의 장을 마련해주었던 아이오넷 코리아의 권기경씨에게도 고맙다. 아무쪼록 더 많은 자바 관련 회사들이 JCO를 비롯하여 많은 자바 커뮤니티와 서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JCO와 썬이 이러한 흐름에 물꼬를 트는 일을 멋지게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훌륭한 사업들이 더욱 투명하고 공개적인 진행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이 시대는 인터넷이 있으니까.